신병교육대의 추억 : 전우애와 성장의 시간
신병교육대. 그 단어만 들어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저에게 있어 그곳은 고통과 성장,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장소였습니다.
입대 첫날, 민간인의 옷을 벗고 군복을 입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빨리빨리'라는 구령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지고, 개인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신병교육대에서의 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된 훈련 중에 피어난 전우애였습니다. 특히 야간 행군 중 있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밤 11시, 완전 무장한 채로 15km를 행군하는 훈련이었습니다. 중간쯤 되었을 때 같은 소대의 김 일병이 발목을 접질렸습니다. 모두가 지친 상태였지만, 아무 말 없이 두 명의 동기가 그의 장비를 나눠 메고, 또 다른 한 명은 그를 부축했습니다.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고, 함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잊지 못할 기억은 사격 훈련 날입니다. 처음으로 실탄을 다루는 저희를 위해 조교님들은 평소보다 더 엄격하게 지도했습니다. 긴장한 나머지 손이 떨려 표적을 맞추기 힘들었는데, 그때 옆에서 조용히 호흡법을 알려준 박 조교님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절반만 내쉰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겨라." 그의 조언 덕분에 사격 점수가 크게 향상되었고, 나중에는 소대에서 우수사격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식사 시간의 추억도 특별합니다. 훈련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식당에 들어서면, 평소라면 그저 평범했을 식사가 최고의 만찬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목요일 치킨 데이는 일주일 내내 기다리는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한번은 제가 훈련 중 체력이 고갈되어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있을 때, 몰래 자신의 치킨 한 조각을 건네준 이 병장의 따뜻한 배려는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것은 마지막 극기훈련이었습니다. 48시간 동안 최소한의 식량과 물만으로 생존해야 하는 훈련이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잠을 청하며 체온을 나눴던 그 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눈빛에서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수료식 날, 저희는 더 이상 입대 첫날의 불안한 청년들이 아니었습니다. 육체적으로 단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군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조교님들이 처음으로 저희에게 경례를 했을 때, 그 순간의 자부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신병교육대에서의 시간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을 통해 얻은 교훈과 우정은 평생의 재산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전우들과 만나면, 우리는 웃으며 그 시절을 추억합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순수하고 진실된 인간관계를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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