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계 근무의 공포"
나는 육군 보병으로 복무하면서 수도 없이 경계 근무를 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다.
그날은 한겨울이었고, 부대에서는 야간 경계 근무가 강화된 시기였다. 내 근무지는 부대에서 조금 떨어진 탄약고 근처, 말 그대로 ‘깜깜한 산속’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근무를 서던 후임은 이제 막 일병이 된 풋내기였고, 겁도 많아 보였다.
"선배님… 저 사실 무서운 이야기 잘 못 듣거든요…"
"괜찮아. 그냥 조용히 경계만 잘 서면 아무 일도 안 생겨."
그렇게 우리는 초소에서 교대로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30분쯤 지났을까, 후임이 갑자기 내 팔을 덜덜 떨면서 붙잡았다.
"저기… 저기 뭐가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나는 후임이 가리키는 곳을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야, 바람에 나뭇가지 움직이는 거 가지고 그러냐?"
"아, 아닙니다… 근데 진짜로 뭔가 지나간 것 같아서…"
나는 후임을 안심시키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쌩 불면서 우리 뒤쪽 철조망 근처에서 “스스스… 사삭… 사사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뭐야, 너 들었냐?"
"네…! 저기 진짜 뭔가 있어요!!"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 둘 다 K2 소총을 단단히 쥐고 소리가 난 방향을 조심스럽게 향했다. 후임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야, 침착해. 무조건 확인 먼저 한다."
나는 손전등을 꺼내 천천히 비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꺄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뭔가가 튀어나왔다. 후임은 소총을 놓치고 뒤로 넘어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그런데…
그 "정체불명의 존재"는 다름 아닌 멧돼지 새끼였다.
녀석은 깜짝 놀라 도망가면서 철조망을 툭툭 치고 사라졌다.
"…야, 이거 멧돼지잖아."
"헉… 헉… 전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그날 우리는 무사히 근무를 마쳤지만,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후임은 동기들에게 “멧돼지랑 싸우다가 기절할 뻔했다”는 놀림을 한참 받았다. 그리고 나는 ‘후임 놀려먹기 좋아하는 고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 이후로 후임은 근무 설 때마다, "선배님… 멧돼지 나오면 또 제가 먼저 희생되는 겁니까…?" 라며 잔뜩 긴장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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