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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공감 이야기

평범한 남자 회사원 40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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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뜩 나의 나이 앞자리가 숫자 4가 된 것을 알아차리고 내 감정은 생각보다 감정적이지 않았다.

 

'세월이 이렇게 지났구나'

'내 나이가 벌써 40대가 되었어'

 

등등 보통 여러 한탄 섞인 감정 표현이 나온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나의 감정은 무덤덤했다.

 

왜 이렇게 무덤덤할까?

 

내 감정을 잘 살펴보니 내 나이 40대라는 것에 감정적으로 빠져있을 시간보다 지금 하고 있는 현실이 더 무거워서 감정에 빠질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 남자 40대. 회사에서는 중간 팀장급. 과장이나 차장. 능력 좋으면 부장. 운이 나빴으면 말년 대리쯤 되는 회사에서 가장 많이 치이고 일도 많고 불안에 떠는 그때이다. 결혼은 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있고, 가장의 무게에 회사를 목숨처럼 여기고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지금이다.

 

'내가 40대가 된 게 뭐가 그리 중요한데?'

 

라고 반문하며 현실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남자이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일과 회사 내에서 어느 줄을 타고 가고 어떻게 승진할지,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가장 큰 과제이자 관심사이다.

 

아내와 아이가 가장 중요하지만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하고 있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여력이 안된다. 회사에서도 잘 하고 가정에서도 잘 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회사일에 집중한다. 월급이 있어야 아이들 학원도 보내고, 외식도 하고, 놀이동산도 가고, 사주고 싶은 옷도 사줄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이런 나의 선택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알고 있다. 또 이런 선택이 대부분의 아내와 아이, 사회에 공감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남자는 이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내가 퇴직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들었을 때, 그리고 아이가 컸을 때 무슨 말을 할지 조금 짐작할 수 있다.

 

'아빠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없었어'

'아빠가 우리 가족을 위해 해준 게 뭔데?'

 

너무 극단적인 짐작이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남자들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은 어렵지만 그래도 노력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평범한 회사원 40대 남자의 모습은 쳇바퀴의 다람쥐이다.

앞이 보이지는 않지만 안 갈 수 없고, 뒤로 가고 싶지만 갈 수 없고, 나오고 싶지만 나올 수 없는 쳇바퀴에 빠져 버렸다.

 

이 쳇바퀴에서 빠져나오려고 남자는 여러 시도를 해본다. 가장 일반적으로 해보는 것이 경험을 살려 사업에 도전해본다. 요즘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 상담도 받아보고, 회사 다닐 때 알던 거래처를 알아보기도 하고, 그리고 투자도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다 성공하면 좋으련만 대부분이 다 망한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40대 남자의 모습으로 50대, 60대 남자분들이 대단해 보인다. 이런 과정을 지나 살아가고 계신 인생의 선배 같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 군대에서 상병장이 부럽고 대단해 보였던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날 갈 것을 알고 있다. 이제는 경험적으로 이 시간이 언젠가는 어떤 모습으로 든 지나갈 것을 알고 있다.

 

우리 40대 평범한 남자들아. 세상의 무거운 짐에 눌려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우리 함께 힘내보자. 넘어져도 괜찮고, 잠깐 멈춰도 괜찮으니 우리 함께 힘내보자. 우리 40년 이상 잘 지내 왔잖아.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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